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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브린, 2011/09/16 12:38, 日記]
우리집에서 찻길 하나 건너면 바로 외갓집이다. 매일 가던 외갓집이라 명절날이라고 별다른 것은 없지만, 전주 출신 외숙모가 거하게 차려낸 한상은 언제나 즐거웠다. 인사를 드리고 나면 할머니는 항상 옷장 서랍에서 양말 한개씩을 꺼내 주셨는데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다. 무조건 한 사람당 한 개씩의 양말. 일년에 두번의 명절에 모두 두 켤레. 할머니의 취향이라 알록달록한 아줌마용 양말을 신기 싫다며 엄마에게 몰아주던 해도 있었다. 올해는 결혼 후 첫 명절이라 한복 곱게 차려입고 가 절까지 드렸는데 어쩐 일인지 양말이 없다. 할머니도 증손자까지 보시더니 나이가 드셔서 이것저것 깜빡 하시는터라 양말 챙기는 것을 잊으신 모양이었다. 말은 안했지만 내심 서운했는데, 엄마가 집에 돌아와 옷장 서랍을 열더니 양말 네 켤레를 꺼내셨다. 노란색에 주황색 줄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여성용 양말들과, 남성용 짙은 회색 양말들. 엄마도 은근히 서운하셨던 것인지, 아니면 미리 준비하셨던 것인지 한 개는 내 것, 한 개는 남편 것, 한 개는 새 언니 것이라며 미처 못 주고 친정에 갔다고 서울에서 좀 전해달라신다. 내년부터는 엄마가 양말을 챙기게 될 것 같다. 좋은 것들은 이렇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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